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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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쯤 일이 끝나고 급하게 집에 돌아간 다음에 텐트와 이불, 소주와 새우깡을 챙겼다. 저번 주말에 탐색한 집에서 30분 거리의 조용한 저수지로 향한다. 습도가 높은지 차창에는 김이 계속 서렸고 성애 제거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야 하다보니 몸이 으스스하다. 으스스한 몸을, 얼어붙은 몸을 깨우기 위해 와이즈 블러드를 튼다. 가깝다 보니 앨범을 다 듣지도 못 한다. 도착 후 짐을 싸들고 저수지로 걸어간다. 가는 길은 어두컴컴 하지만 그 덕에 하늘에는 별들이 잘 보인다.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이 가득하다. 쭉 걷다보니 저 멀리 저수지가 보이고 시간이 멈춘다. ‘이 앞에 절경있다’.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에서 유저들이 맵에 낙서해놓는 문구이다. 판타지 세계의 게임의 장면을 보는 것처럼 저수니는 절경이었다. 내가 서있는 곳은 가로등이 하나도 없지만 저수지 건너편에는 가로등이 안개를 비춘다. 내 눈으로는 검정과 흰색, 푸른 색만이 가득찼다. 이 공간이 얼어 붙으면서 시간도 같이 얼어 붙어버렸고, 아주 천천히 시간이 째……깍………..째……깍……….. 흐르고 있다.잠시 걷는 것을 멈추고 달라진 시간에 적응한다. 그리고 더 깊숙한 길을 걷는다. 놀랍게도 그 시간에 낚시꾼이 있다. 저수지 건너에도 낚시꾼이 따뜻한 빛의 등을 켜고 있다. 홀로 있는 공간을 원했지만 나쁘지 않다. 밤에 홀로 있는 낚시꾼은 절대 타인의 세계에 침범하지 않는다. 소리를 내지도 않고 현란한 빛을 쪼이지도 않는다. 조용히 미약한 담배불만 피울 뿐이다. 의자를 펴고 몸을 내던진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고 저수지는 모든 빛을 선명하게 . 텐트를 설치하고 고민한다. 추운데 잘 수 있을까? 못 잘 것 같아서 술을 먹는다. 그래야 운전을 못하니 도망치지도 못한다. 술을 먹고 새우깡을 먹고 빛과 소리를 먹는다. 날씨가 쌀쌀하지만 춥지는 않다. 조용히 술을 홀짝이고 새울깡을 깨부순다. 좋다. 그냥 좋다.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도 저수지처럼 느리게 흐르나보다. 간간히 물을 철퍽이는 물고기 소리가 들릴 때 정신이 든다.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았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세상과 시차가 많이 날 것 같은데 뭐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 몇 시간을 의자에 않아 술을 마시며 보낸다. 그러고는 텐트에 들어가 잠을 취하려고 한다. 딱히 챙겨온 거 없이 얇은 이불과 롱패딩만 입고 와서 춥다. 다른 건 괜찮은데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끔찍하다. 잠을 자는지 마는지 5시간이 흐르고 집에 돌아간다. 몸은 김장할 때